
Builder에 관하여

삶의 변곡점은 무언가를 잘 해냈을 때가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책임지기 시작했을 때 찾아온다. 아마존의 정의처럼 '빌더(Builder)'는 단순히 발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존의 경험을 재해석하고 끊임없이 개선하는 태도를 가진 사람이다. 이 글은 실행자와 빌더의 차이를 분석하고, 직접 웹 서비스를 개발하며 체득한 '문제를 다루는 사고 과정'과 '완성보다 중요한 지속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AI 시대, 도구를 넘어 주체가 되기 위해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기록이다.
1. 도입
삶에는 여러 변곡점이 존재한다. 특히 10대와 20대에는 그 지점을 더 자주 마주하게 된다.
아무렇지 않게 지나간 순간이 가장 큰 변곡점이었을 수도 있고, 크게 의미를 부여했던 순간이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래서 수많은 변곡점 중 하나를 골라
“이 지점에서 기울기의 절댓값이 가장 컸다”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과감히 한 순간을 꼽고 싶다.
우연한 계기와 잠재되어 있던 기질이 맞물리며,
비로소 ‘주체로서 살아간다’는 감각을 처음으로 체득하게 된 시기다.
나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변곡점은
무언가를 잘 해내게 된 순간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책임지기 시작한 그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글에서는 그 태도를 ‘builder’라는 단어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builder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태도가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2.빌더란
아마존은 builder를 이렇게 설명한다.
"Builders are people who like to invent, who look at different customer experiences and try to figure out how to reinvent them.
이 정의를 압축하면,
builder란 단순히 주어진 일을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고, 고심하며,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사람이다.
이 설명 속에서 내가 가장 무게를 두고 싶은 단어는 ‘주체적’이다.
builder라는 개념의 핵심은 능력이 아니라 태도에 가깝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내려온 업무를 대하는 방식은
그 사람이 삶을 대하는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업무를 정해진 범위 안에서 무난히 수행하는 사람 A가 있다.
반면, 같은 업무를 두고 “왜 이 일이 필요한가?”,
“이 문제는 어떤 맥락에서 생겨난 것인가?”를 먼저 묻는 사람 B가 있다.
두 사람의 차이는 성실함이나 역량이 아니라,
문제를 대하는 출발점에 있다.
나는 모든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목적이 다르면 접근 방식이 달라지고,
접근 방식이 달라지면 결국 도착하는 지점도 달라진다.
특히 ‘근본’을 이해하려는 태도는
주어진 과업에만 갇히지 않게 만든다.
흐름을 보고, 맥락을 읽고,
문제를 더 넓은 구조 안에서 바라보게 한다.
이 태도야말로
기초적인 실행이 AI로 대체되는 시대에
사람에게 남는 핵심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3. 실행자와 빌더의 차이
주어진 문제를 푸는 사람과,
문제를 다시 정의하는 사람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르다.
실행자는 이미 정해진 문제를 전제로 움직인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명확할수록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고,
주어진 기준 안에서 결과를 만들어낸다.
반면 빌더는 출발점이 다르다.
문제를 받았을 때 곧바로 해결에 들어가기보다,
먼저 묻는다.
이 문제는 왜 생겼는가.
지금 정의된 방식이 최선인가.
혹시 다른 관점에서 다시 정의할 수는 없는가.
두 태도의 가장 큰 차이는
책임이 시작되는 지점에 있다.
실행자의 책임은 ‘해결’에서 시작되고,
빌더의 책임은 ‘정의’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빌더는
문제가 잘못 정의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그 사실을 그대로 넘기지 않는다.
해결 이전에, 문제 자체를 다시 다룬다.
4. 빌더는 문제를 이렇게 다룬다
빌더의 문제 해결은
곧바로 해법을 찾는 방식이 아니다.
오히려 몇 단계의 사고 과정을 거친다.
4-1. 불편함을 감지하는 단계
모든 시작은 아주 작은 불편함이다.
잘 설명되지 않는 찝찝함,
반복되지만 당연하게 넘겨온 불일치.
빌더는 이 불편함을 무시하지 않는다.
“원래 그런 것”이라는 말로 덮지 않고,
왜 불편한지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4-2. 구조로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
다음 단계는 감정을 걷어내는 일이다.
불편함을 개인의 느낌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로 바라보려 한다.
이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떤 조건과 맥락이 이 상황을 만들었는가.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는 아닌가.
이 단계에서 문제는
비로소 객관적인 형태를 갖기 시작한다.
4-3. 문제를 해결 가능한 형태로 재정의하는 과정
마지막은 문제를 다시 정의하는 일이다.
처음 주어졌던 문제를 그대로 풀지 않고,
지금의 맥락에 맞게 다시 쪼개고 정리한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없지만,
잘못 정의된 문제는 끝없이 비효율을 낳는다.
빌더는
“어떻게 해결할까?”보다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가?”를 먼저 정리하려 한다.
이 재정의의 과정이 끝난 뒤에야,
비로소 해결이라는 단계로 나아간다.
5. 나의 경험으로 본 빌더의 사고 흐름
내가 웹사이트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 역시
처음부터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서”는 아니었다.
출발점은 불편함이었다.
학습 기록은 흩어져 있었고, 경험은 따로 정리되어 있었으며,
일상의 습관과 컨디션은 사고와 단절된 채 관리되고 있었다.
이 불편함을 하나씩 해결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곧 문제를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다.
불편한 것은 개별 기능이 아니라,
기록과 사고가 분리되어 있는 구조 자체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해결책을 바로 찾기보다,
먼저 구조를 설계하는 쪽을 선택했다.
어떤 기능을 넣을지가 아니라,
어떤 흐름 안에서 기록과 사고가 이어져야 하는지를 먼저 고민했다.
그리고 이는 Personal Branding과 Personal Managing의 융합으로 이어졌다.
웹사이트를 만드는 과정은
단순한 구현 작업이 아니라 사고를 검증하는 과정이었다.
생각했던 구조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기록이 정말 사고로 이어지는지,
사용하면서 다시 불편해지는 지점은 없는지.
‘만든다’는 행위는
내가 세운 문제 정의가 타당했는지를
현실에서 확인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었다.
6. 빌더는 완성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이 프로젝트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완성을 목표로 두지 않았다.
빌더에게 중요한 것은
완벽한 결과물이 아니라,
문제가 지금 어떤 상태로 다뤄지고 있는가다.
사용하면서 불편함이 다시 생기면 구조를 수정하고,
새로운 필요가 생기면 그에 맞게 확장한다.
이 과정에서 ‘미완성’은 실패가 아니라,
사고가 계속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에 가깝다.
완성이라는 상태는 사고를 멈추게 하지만,
진행 중이라는 상태는 사고를 계속 요구한다.
나는 후자를 선택하고 싶었다.
7. AI 시대에 빌더가 더 중요해진 이유
AI는 점점 더 많은 답을 빠르게 생성한다.
그러나 AI는 무엇이 문제인지 결정하지 않는다.
어떤 질문을 던질지,
어떤 방향으로 사고를 전개할지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이 지점에서 빌더의 역할은 더 분명해진다.
답을 잘 활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올바르게 정의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사람.
AI가 도구가 되는 시대일수록,
도구를 사용할 주체의 태도가 중요해진다.
빌더는 그 태도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8. 결론: 나에게 빌더란
나에게 빌더란
무언가를 잘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문제를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
정의부터 이해, 설계, 실행까지
어디에서도 빠지지 않으려는 태도에 가깝다.
앞으로도 나는
주어진 문제를 처리하는 사람보다는,
문제를 다시 정의하고 직접 만들어보는 쪽을 선택하고 싶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builder로 살아간다는 의미다.